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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ime

[취미] 애니, 영화 리뷰

by brightwing1218 2020. 12. 1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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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청년이 알게 된 가문의 놀라운 비밀.
그건 바로 집안의 남자들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
청년은 첫 눈에 반한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녀와의 꿈 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 넷플릭스 영화 소개
I will introduce <About Time> with an anecdote about time!

"조금만 보다 자야지"는 개뿔.

새벽 세 시가 넘게 결국 다 보고 말았다.

 

<어바웃 타임>.

시간 여행을 하는 청년의, 시간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이야기.

 

여러 번 되돌려 보지 않아도

이 영화의 메시지는 단박에 이해가 됐다.

 

내가 RPG를 플레이하면서 깨달은,

'캐릭터의 삶에 더 잘 몰입하는 법'과 닮아 있어서 그랬을 거다.

 

연식도 있는 영화이겠다, 줄거리 소개나 늘어놓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겠지.

오늘은 게임에 얽힌 내 이야기를 중점으로 <어바웃 타임>에 대한 이야기를 버무려 내고자 한다.

 

내가 좋아하는 RPG

나는 TRPG를 컴퓨터로 즐길 수 있게 만든 CRPG 장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캐릭터의 외모, 성향, 가치관 등을 정의하고 일생을 살아내는 게임.

 

비열하고 음침한 도둑이 될 수도 있고

정의를 따르는 고결한 전사가 될 수도 있다!

 

내 마음에 꼭 드는 인물을 설정하고서는

모험으로 넘쳐나는 세상을 누비는 것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다.

TRPG 캐릭터 시트와 캐릭터 성향. TRPG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https://www.thisisgame.com/webzine/special/nboard/11/?n=91614를 참조하시라.

 

중요한 선택: 긍정하고 살아내거나, 부정하고 뒤바꾸거나.

하지만,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한 것이고,

CRPG의 세계에는 이러한 삶의 속성 또한 반영되어 있다.

 

세상의 배후를 조종하는 음침한 도둑은

모양 빠지게 정직한 노동을 해야 할 때가 더 많았고,

 

고결한 전사는 시비에 휘말려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얻은 명성을 다 날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게임 속 이벤트였으므로

나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안 좋은 일들을 받아들이고 플레이를 이어가거나

세이브 파일을 불러와, 이미 벌어진 사건의 결과를 바꾸는 것.

이건 가족의 비밀이란다.
그 비밀이란 건, 우리 집안의 남자들은...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어두운 곳에 가면 돼. 보통 커다란 장롱 같은 곳이 좋아.
주먹을 꽉 쥐고, 가고 싶은 순간을 생각하면 어느 새 그곳으로 가 있는 거지.

- 팀의 아빠,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에 대한 설명 1

 

난 자주 눈을 감길 택했다.

CRPG를 즐길 때면, 세이브 - 로드에 수없이 손이 갔다.

 

설정한 인물은 내 분신처럼 느껴졌고,

원치 않는 대로 플레이가 흘러가는게 너무 싫었다.

 

최선의 선택지만 거듭해서 골라내고,

내가 설정한 인물의 삶을 각본대로 이뤄내는 게 좋았다.

 

그렇게 정답만 골라 밟는 플레이를 얼마나 해 댔을까.

나는 모든 NPC, 이벤트, 상호작용을 기계처럼 통제하고 있었다.

 

월드에서 맛볼 수 있는 성취나 뜻밖의 일들이,

나에게는 보상을 얻기 위한 버튼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모든 것이 가짜 같고 게임 속 세상이 너무나도 좁아 보이는 지경이 되었다.

처음 실행했을 땐 그렇게 생동감 넘치고 한없이 넓어 보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몇 개의 게임을 컴퓨터에서 삭제했고, 아직까지 전혀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네가 정말 바라는 인생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게 좋아.
정말 심사숙고해서 말이야.

- 팀의 아빠,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에 대한 설명 2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즐거움의 비결이었다.

게임 세상의 재미와 생동감은 '미지'에서 출발한다.

불확실한 상황이야말로 복잡한 감정과, 고민 가득한 선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물론, 피곤하고 가혹한 일이기도 하다.

때로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만큼.

 

하지만, 나는 이러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 늘 노력한다.

'반복 가능성'은 과거와 미래 모두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셋으로 얻는 짧은 쾌감의 대가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영원한 무감각이다.

난 시간 여행에서 마지막 교훈을 얻었다.
아빠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기까지 했다.
이제 난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단 하루조차도.

그저 내가 이 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 팀, 마지막 독백

 

행복한 '시간 여행'이란 현재의 아름다운 면에 집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시간 여행에 대하여, 보통 과거 혹은 미래로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글을 마치는 지금, 나는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여행이란 낯선 것들을 즐겁게 마주하는 것이고,

떠난다는 행위는 낯선 곳에 나를 던져놓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간과는 다르게, 시간은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다가온다.

시간 여행의 목적이 결국 행복이라면, 밀려오는 낯선 것들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면 된다.

 

그렇기에,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따위는 행복한 시간 여행에 불필요한 것이다.

음, 이건 아마 주인공인 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사족

팀의 아빠는 미래에 데비존스, 첫사랑은 할리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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