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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럭 by Hash Swan

[취미] 음악 리뷰

by brightwing1218 2020. 6. 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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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ric 01. 그  우린 왜 행복했을까, 대체 그게 뭐라고 말이지

 

오랜 친구와의 대화는 옛날 이야기로 잔뜩이다.

서로의 근황은 금방 시들해져 길게 엮어지지 않지만,

바람만 불어도 웃음이 터지던 그 때의 이야기는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때 우리가 재미있게 떠들고 열광하던 것에

내가 지금도 큰 흥미를 느낀다는 것은 아니다.

삶이라는 무대의 커튼을 점차 열어 젖히면서, 난 무뎌져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의 것들은 해 본 것이 되었고, 아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일상에서 즐거운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때,

모든 것이 약간 더 낯설고 신기했을 때, 삶은 좀 더 재미있고 가슴뛰었다.

 

만화방에 처음 갔을 때, 아직 안 본 만화책이 산더미라는 사실에,

또, 문방구 앞의 오락기에서 막판 보스에 도전하는 나를 상상하며,

'미완의 영역'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갔고,

친구와는 가 보지 못한 곳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lyric 02. 어린 아이들을 보곤 좋을 때라 말하며 만족 못하는 그런 어른이 되기 싫어서

lyric 03. 그런 척이 아냐 왜냠 이건 인스타그램에도 안 올릴 거야

 

그리고 내가 성장하면서, '미완의 영역'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어떤 것은 알고 보니 시시했고, 열심히 몰두할 가치가 없기도 했다.

난 머리가 컸고, 직, 간접적으로 모르는 것들을 알아나갔다.

 

또 내 키가 한 뼘 더 컸을 때, 나는 짧은 휴식 시간을 스마트하게 보내고 싶어졌다.

그래서 관심사 이상으로, 관심사의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했다.

'이걸 하면 삶에 도움이 될까?'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현실감각에, 마음의 소리를 음소거하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나는 이 노래를 접했다.

삶에서 즐겁게 여긴 것들은 대부분 소진됐고,

남은 미지의 영역에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는 상태 말이다.

 

lyric 04. 다들 해봤잖아 왜 내가 이상한 거야 왜 어리게 살고 싶어 난 아직

 

노래를 들으면, 그리운 장면이 생각난다.

한 손에는 실내화 가방을 들고, 같은 색의 보도블럭만 밟으면서

콩콩 하교했던 나, 그리고 오후 1시의 햇살.

 

안 해본 것, 아직 잘 모르는 것이 많았던 때.

돈보다는 시간이 많이 남았던 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몰두했었다.

재미없다면 바로 싫증내고 던져버렸고.

 

지금에야 우스갯소리로 '과거로 돌아간다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어느어느 주식이랑 비트코인을 살거라는 때묻은 소리를 하지만,

아마 그 때의 나는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려고조차 하지 않겠지.

들은 체도 않고 게임 잘 하는 친한 형네 놀러 가서 형의 플레이를 구경했을 거다.

정말 생산적인 것 하나 없는 시간!

바보같이 시간을 보냈지만, 걱정 없이 진심으로 즐거웠었던 것 같다.

 

lyric 05. 그래 한 20년 뒤에는 어른답게 내 아이와 같이 같은 색 블럭을 밟을게
lyric 06. 더 커서 숲을 봐야 할 땐 숲이 아닌 이 안에서 찾았던 네잎클로버가 기억날 테니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취업이라는 일종의 결승선에 다다른 후

모든 것이 무료하고 시시해진 주말의 나에게,

업무에 쫓기다 내던져져 주말 내내 방황하는 나에게

이 곡은 고맙게도 질문을 던져 준다.

 

'네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뭐야?'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깨달은 '나다움'은

나를 비롯한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 말해준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판단은, 자신이 내려야 하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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