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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 with you> by E sens

[취미] 음악 리뷰

by brightwing1218 2020. 10. 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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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ric 01. 그래서 니 목푠 뭔데? 지금 와선 잘 모르겠대. 일단 돈이나 벌쟤.

첫 마디부터 술자리 2차 끝날 때쯤 와 있는 느낌이다.

즐겁고 시답잖은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본제로 들어가는 듯한 E sens의 한 마디.


"그래서 니 목푠 뭔데?"

 

소신과 MC의 철학은 뒤쳐진 옛것이 되고, 트렌드와 인기를 좇는 가짜 MC가 생겨나는 시대.

배고픈 힙합 신은 쇼미더머니로 풍족해졌지만, 순수성에는 얼룩이 졌다.

 

자신이 믿는 가치를 담아 죽이는 랩을 뱉는 것, 또 그 증명이 공연 페이가 되던 시절과 달리,

화려한 랩스킬과 인기만 있다면, 내용물 없이도 돈을 벌고 인정 받을 수 있는 시대.

돈만 본다면 보다 편한 길을 택할 수 있게 된 지금, 한국 힙합 신은 변곡점을 맞았다. 

 

lyric 02. 그래 딱히 틀린 말도 아니네, 돈이 최고지. 다른 뜻 있어 한 말 아냐, 돈이 최고지. 

하지만 이러한 시대의 물결에 그는 거스를 수 없다.

공연 페이를 돼지고기로 받아 본 과거를 가진 그이기에, 사람은 철학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P-Type, Basick 등, 내로라 했던 래퍼들도 회사 생활을 병행하거나 생활고로 힙합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뜻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 소신을 꺾고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는 것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은 그런 슬픈 것이다.

 

lyric 03. 넉넉히 챙겨 놓고 생각해보자, 언제든지 엿 같아지면 바로 떠날 수 있게.
lyric 04. 그냥 하는 소리고, 사실 아직까지 못 받아들인 몇 가지 때문에 난 여기서 끝장을 보긴 해야 돼, Baby I'm down with you

이런 힙합 신에, 그조차 훌쩍 떠나고 싶은 감정을 느낀다.

같은 돈이면 서울보다 몇 배 더 큰 집에서 춥지않은 겨울을 보내고,

서울 보다는 훨씬 더 조용한 새벽, 맘 편한 잠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곳.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아직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에서 인정하지 못한 몇 가지 사실이 이를 악물게 한다.

무엇이 그를 악착같이 힙합 신에 남게 만드는 걸까?

그건 돈 같은 것이 아니라, '믿고 걸어왔던 길에 대한 증명이겠지'하고 생각해본다.

 

lyric 05. Uh, 나 잘하고 있어 엄마, 어젠 하룻밤 동안에 거의 이천만원 벌었어 
lyric 06. 소신은 선택이고 성공은 좀 다른 문제 냉정히 봤어 안 흔들린 적 없던 믿음 
lyric 07. 내 계획에 대해 의심을 걔네보다 많이 한 건 나였었는데, 해냈네
lyric 08. 가만히 앉아 영원하길 바랄 순 없지 뱉어놓은 말은 무거워져 가만 놔두면 

힙합엔 여러 철학과 방법론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그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가사로 뱉어 놓은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잠깐도 쉴 수 없다.

인기와 돈 같은 건 가만히 있으면 사그라들기 마련이고, 

그가 예전에 했던 얘기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그를 짓누를 것이다.

래퍼가 '구라만 치다 갔네'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lyric 09. Yeah 멋진 일이지 래퍼들이 갖고 가는 랩 머니 
lyric 10. 도끼가 열 여섯때부터 말해온 거지

그는 문득 Dok2를 생각한다.

일관되게 '나처럼 돈을 벌어라! 너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한껏 채운 Dok2의 가사들.

어쩌면, 지금처럼 많은 MC들이 돈을 보고 움직이는 것은 그의 영향도 있으리라.

 

이런 현상에, 그는 '멋지다'고 말한다.

가사에 메시지를 담고, 다른 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그가 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lyric 11. 2001년 타이거J said, Good life 그 때 그가 말한 그 삶은 어떤 거였을까 
lyric 12. 난 지금 설레임의 정도와 종류 그 둘 다 달라져 있어
lyric 13. 근데 심야가 뱉는 말은 날 같은 듯 다른 델 데려가 얜 최고야 누구보다 기대해 이 새끼의 Career high
lyric 14. 완벽한 건 아직 못 본 거 같아 내가 쫓던 것 중에 몇 갠 얻었어 뭘 더 보게 될지 
lyric 15. 걍 그 여자가 보고 싶군 이런 얘긴 그냥 딴 데 다 치워놓구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과 영향을 주고받은 래퍼들을 회상한다.

타이거JK의 가사를 들으며 자란 E sens가 있었고, E sens의 가사를 들으며 자란 김심야가 있었다. 

그들과의 교류가 즐거운 한편, 그가 하고 싶은 바, 보고 싶은 것을 완벽히 제시한 사람은 없었다.

이에, 그는 스스로 아직 힙합 신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깊은 피로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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