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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랑블루판타지, 300시간 하고도 안 질리는 이유

[기록] Game Design

by brightwing1218 2020. 2.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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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명: 그랑블루판타지

장르: 수집형RPG

플랫폼: 모바일

개발: Cygames

퍼블리싱: Mobage

플레이타임: 약 300h+
과금: 현재 33,000원


  • 이런 내가 300시간이라니!

나는 게임을 하면서, 푹 빠져서 의욕적으로 즐겨 본 경험이 몇 번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게임에서의 몰입이 쉽게 깨지는 편이고, 결국 게임에 빨리 질려버린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게임을 해 온 역사는 긴 주제에, 남들처럼 진득하게, 또 감명 깊게 한 게임이 몇 개 없다는 것은 내 콤플렉스 중 하나였다.

이에, "내가 오래 즐길 만한 게임을 만들어보자" 라는 이유로 게임 디자이너로 진로를 정한 감동 실화...는 제쳐 두고,

아무튼 나는 게임을 하는 데 까탈스럽다.

 

그런데 이런 내가! 게임을 한 달만에 300시간 넘게 플레이했다는 사실은 꽤 인상적이다.

 

한글이 지원되지 않아 독해는 영어, 청해는 일어를 복합하여 알아들어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말이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아직 그 신호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성 때문에 하고는 있지만, 이젠 언제 접어도 이상하지 않아"라는 그 느낌 말이다.

그렇다. 나는 그랑블루판타지에 현재진행형으로 빠져 살고 있으며, 적은 금액이지만 돈도 썼고 더 쓸 예정이다.

 

도대체 나는 왜 이 게임을 재미있다고 느낀 것일까?
나아가서, 나는 왜 까탈스러운 유저이고 이 게임은 나를 어떻게 만족시켰던 것일까?

 

  • 나는 왜 까탈스러운 유저가 되었나?

게이머가 특정 게임을 지속하지 않는 이유는, 과거 플레이한 게임들의 이탈 시점을 정리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하단의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1. 능동적으로 판단할 거리가 없이, 반복적인 행동만 요구되는 상태가 지속된다.
  2. 성취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다.
  3.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

한 마디로, 허들 구간[각주:1]에서의 이탈이 심하다.

누구인들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난 "반복적인 노동을 요하는 주제에 기대되는 것이 적은 상태"를 싫어한다.

 

그리고 내가 겪은 게임들 중 상당수가
"이것을 넘으면 있을지도 모르는 어마어마한 컨텐츠 혹은 스펙업"에 대한
기대감을 연료로 허들 구간에 대한 장기간의 반복 노동을 요구했다.

 

향유하는 컨텐츠와 스펙 상황에 변동이 거의 없는 채로
장기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재미있던 것도 질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경험이었다.

 

("정말 오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지갑을 열지 않는 내 기질도 한 몫 한 것 같지만
애초에 F2P 게임이 허들 이전에 매력을 주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 이런 내 까탈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그랑블루판타지는 재미있었다.

그랑블루판타지는 스테이지를 밀다가 허들에 걸리면 반복 노동해서 전투력을 올리는 게임으로,
플레이 메커니즘 자체는 여타 모바일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플레이 경험의 차이를 가르는 요소는 확실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성장 재료와 장비를 어떻게 공급하는가의 차이이다.

 

그랑블루판타지는 메인 스토리에서의 허들이 촘촘하지 않고, 꽤 듬성듬성하게 되어 있으며,

각 허들에 걸릴 때마다 장기간 해당 허들을 넘기 위한 스펙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 때, 그랑블루판타지는 특정 던전 뺑뺑이만 돌아서 성장 재료와 장비를 얻으라고 하는 대신, 

상당히 많은 양의 성장 재료와 장비를 1일도 끊이지 않고 진행되는 비상설 이벤트 스테이지들의 보상으로 공급한다.

 

이러한 이벤트 스테이지는 하단 세 가지 특징이 있다.

  1. 사이드 스토리의 형태로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2. 정규 허들에 비해 단기간에 졸업이 가능하다.
  3. 보상 획득의 목표치 설정 및 이벤트 공략 / 최적화 주회를 위한 파티편성이 필요하다.

즉, "캐릭터 & 세계관 & 시나리오"라는 그랑블루의 핵심 강점 컨텐츠를 즐기면서,
현실적이고 도전적인 그라인딩 목표를 제공하는데,
이에 대한 수행 계획과 전략 등도 소소하게 수립하면서 놀 수 있는 것이다.

 

메인 컨텐츠에서의 '정체'가 제공하는 답답함은,
새로운 컨텐츠의 학습, 공략과 컨텐츠의 향유, 성취로 어느 정도 상쇄되고,
이런 이벤트를 몇 번 거치다보면, 전력이 상당히 증강되어 못 밀던 스테이지가 밀린다.

 

'이벤트 졸업'이라는 작은 성취에서의 부산물이 모여,
메인 허들의 격파라는 큰 성취로 연결시키는 형태의 성장 구조는 상당히 내 마음에 들었다.

 

  • 그렇기에, 아마 더 하게 될 것 같다.

양질의 시나리오와 작화, 꼼꼼한 캐릭터 설정, 6년 간 쌓인 컨텐츠 분량, 피로하지만 성취감에 즐거운 플레이.

이 게임은 충분하고 확실한 재미를 가지고 있다.

고작 33,000원 쓰고 성취감과 컨텐츠 향유의 만족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 잡아 볼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1. 플레이 도중 갑자기 난이도가 높아지는 구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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