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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배려가 돋보이는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의 게임 디자인

[기록] Game Design

by brightwing1218 2020. 7. 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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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트라이더>는 어려운 게임이다

SD캐릭터 때문에 만만해보이긴 하지만 카트라이더는 원래 어려운 게임이었다. 어려운 게임의 대명사가 된 대전 격투 게임의 격언처럼, "모르면 맞아야죠"가 적용되는 그런 게임. 분명 똑같이 달리고, 드리프트를 하더라도 1등과 나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자신의 리플레이를 봐도"인코스를 좀 더 파고들었어야 했어" 혹은 "부딪치지 말아야지" 정도의 피드백이 가능할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석연치 않다. 랩타임의 터무니없는 격차는 이런 걸로는 메울 수 없다는 좌절감을 맛보면서 올라오는 갑갑한 기분. "카트가 똥차라서 그런 걸까?"라는 생각에 이벤트도 열심히 참여하고 비싼 차도 뽑아보고 하지만, 그게 정답이 아니란 것도 곧 알게 된다.

 

타임어택 랭킹은 이런 '벽'이 느껴지는 일례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쟤들은 왜 이렇게 빨라?"에 대한 대답으로 유력한 것은, 카트라이더의 특이한 감속, 부스터게이지 충전 메커니즘과, 이러한 게임 시스템에 대한 유저들의 이해도이다. 게임이 서비스되는 십 수년 동안, 유저들은 <카트라이더>의 시스템에 적응하였고, 랩 타임을 줄이기 위해 부스터를 더 빨리 모으는 방법, 드리프트 감속을 덜 일으키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 간, 십수가지의 유저 테크닉이 만들어졌으며 새로운 엔진 특성, 한층 강화된 능력치를 가진 카트바디의 출시에 따라, 이러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그리고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근본적으로 <카트라이더>와 동일한 게임이다

이 모바일 게임의 물리엔진 시스템, 레이싱 컨텐츠는 원작의 그것과 같거나 매우 흡사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필자의 체감 뿐 아니라, 원작의 기술이 대부분 재현된다는 점이 그 반증이다. 즉, <카트라이더>와 핵심적인 면에서 차별화된다기보다는, 원작의 재미를 모바일에 재현하는 쪽으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이 게임에서 돋보이는 디자인 포인트가 존재한다면 단연 초보 유저들의 진입 장벽 해소다.

 

3. 플레이어 테크닉을 공식 조작 방법으로 격상했다는 것의 차이

이러한 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원작에서 물리엔진 시스템을 이용해 유저들이 만들어 낸 주행 테크닉을 공식 룰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카트라이더에 존재하는 10종의 테크닉을 어떻게 쓰는지, 또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명시하고 이를 라이센스 승급 조건으로 내걸었다. 기술을 잘 사용했는지에 대한 판정 피드백도 UI로 제공되어, 연습하기도 상당히 간편해졌다.

 

어떻게 발동되는지, 무슨 효과를 얻는지 개발팀이 제시해준다면, 보다 직관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사소한 차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카트라이더>에서의 열악한 학습환경을 해소해주는 시스템이었기에 정말 잘 넣었다고 생각한 시스템이다. <카트라이더>에서 가장 유명한 '톡톡이' 테크닉 강좌만 해도 어찌해야 되느니 하는 갑론을박이 주구장창 벌어지고 있고, 내가 쓴 게 제대로 된 톡톡이인지, 그렇지 않은지도 구분이 안 되는 원작의 환경에서는 학습 의욕이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내가 이 게임 잘 할 수 있을까?"로 이어지고, 결국 게임 하기 싫어지는 원인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뉴비의 학습을 돕는 시스템은 게임의 핵심 재미에는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게임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으로 초보 유저가 게임을 지속할 의욕이 꺾이지 않게 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럼 이런 시스템이 왜 필요했는가? 삭제가 간편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특성에 더해, 오르지 않는 실력에 좌절하고 게임을 접었던 수많은 유저들을 포함, 추억 보정으로 가볍게 즐기러 돌아오는 20대~30대 복귀 유저들이 효과적으로 게임에 정착하려면 이러한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8명이 참여해야 1게임이 돌아가는 PVP라는 게임 형식 때문에, 지속적인 흥행을 위해서는 많은 유저가 게임에 남아서 매칭을 돌려줘야 하니 말이다.

 

4. 비공식 테크닉: 공인하거나 근절하거나

유저들이 만든 기상천외한 기술들에 대해 말하자면, <건즈>에서의 'K-Style'이나, <카운터스트라이크>의 '버니합'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술들이 연구의 산물이고,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 디자인의 근간을 흔드는 플레이라거나, 특정 집단이 정보를 독점하고 실력 격차를 촉진할 경우 제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PVP 게임에서의 실력 격차는 더 커지고, 신규 유저의 학습 부담은 훨씬 가중된다.

 

<건즈>는 특이점이 온 듯한 비공식 테크닉이 넘쳐나는 게임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해당 기술의 공인과 시스템화이다. 위에서 다룬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나,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의 EU 스타일의 공인, <오버워치>에서 무한 벽타기 테크닉이 흥하자, 이를 테크닉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조작 난이도를 하향시켰던 선례가 이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이를 인정하는 것 뿐 아니라, 신규 유저가 이에 대해 학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학습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일 것이다. 의도치 않았던 게임 규칙이 추가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에 대한 학습이 힘든 편에 속하지만...

 

두 번째는 해당 기술의 근절이다. 

밸런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그냥 막아버리는 것으로, 제일 유명한 것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에서의 제한, 금지일 테지만, 당연하게도 플레이어들이 반발하겠지. 하지만 규칙 추가로 인한 학습 부담이나 다른 규칙에의 영향 등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5. 학습부담, 편의성에 대한 가치 & 마무리

안타깝게도 이런 유저 편의성에 대한 요소는 게임이 흥할수록 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된다. <카트라이더>는 작년부터 붐을 탔을 때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했으며, <리그오브레전드>도 잘 아시다시피 대체재가 없으니 유저들이 스스로 이 악 물고 공부해서 어떻게든 잘 하려고 노력한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좀 불편해도 한다."라는 건, 정말 만고의 진리인 듯. 동일한 재미와 가치를 준다면, 부차적으로 게임 선택의 기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IP가 가진 캐주얼한 이미지, 모바일이라는 환경 특성, PVP 환경에서의 매칭 풀 유지, 흥행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모객 대상의 진성유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왜 게임이 어렵고 하드한가에 대한 분석을 통해, 비공식 기술의 공인이라는 디자인을 채택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디자인은 꽤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를 통해 <카트라이더>에서 갑갑했던 부분을 해소하게 되면서, "여기선 나도 좀 달릴 수 있겠는데?"라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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