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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테일즈, 나무는 예쁜데 숲이 별로인 게임

[기록] Game Design

by brightwing1218 2020. 7. 3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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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테일즈>는 갓겜이 아니다.

기본적이지만, '템포'를 살린 액션 전투, 젤다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레벨 디자인, 메인/이벤트 가리지 않는 높은 퀄리티의 시나리오까지. 나를 비롯해서 주변인들이 이 게임에 대해 내린 평가는 '갓겜'이었다. 하지만 2달 가까이 플레이를 지속하면서 내 생각은 조금씩 변했고, 지금은 완연히 달라졌다. 그래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 게임은 갓겜이라고 부르기에는 2%, 아니 20% 부족하다. 이 포스팅에서는 내가 실망한 그 20%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가디언 테일즈>의 아킬레스건

이 게임의 핵심이자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컨텐츠들은 공통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한시적 재미'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퍼즐과 시나리오는 일회성 컨텐츠이며, 액션 전투는 단순한 형태로 축약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영웅과 장비를 사용하도록, 혹은 보스를 그만큼 준비하지 않는 한 원 패턴의 전투가 반복되어 단조로워질 수 밖에 없다. 즉, <가디언테일즈>는 패키지 JRPG와 비슷한 특징을 가졌다. 1회 플레이의 몰입도는 높지만, 장기적인 플레이를 끌어가는 힘은 약하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됐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Free to Play 형식의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1회 플레이의 몰입도는 둘째 치고, 장기적인 플레이 흐름이 필요한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가 된다.

 

첫 번째는 자신들이 가진 '재미있는 스테이지'를 적절한 허들로 막아 놓아 플레이 타임을 버는 것.

두 번째는 스테이지 구성 이외의 Grinding할 만한 엔드 컨텐츠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의 요점은, '왜 내가 계속 이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에 있다.

 

성장을 위해 플레이어에게 적절한 grind를 요구하지 않으면, '낭비된 컨텐츠'가 된다.

 

하지만 둘 다 못한 것 같다. 인심이 좋은 걸까?

하지만 <가디언 테일즈>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모두 즐기는 데에는 그리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시원시원한 스토리 진행, 매 번 다른 퍼즐, 캐릭터의 획득은 게임에 대한 좋은 첫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나처럼 게임에 애착을 갖기 시작하면, 준비된 분량의 컨텐츠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메인 시나리오 진행 자체는 4성 캐릭터 정도로도 무난하며, 요구되는 과금량 또한 없다시피 하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게 모든 컨텐츠를 소진하고 나면, 아~무 것도 없다. 구색맞추기 용인 듯한 비동기 PVP인 '콜로세움'과 하루에 딱 2시간 할 수 있는 실시간 PVP '아레나', 같은 보스를 줄창 잡는 '길드 레이드' 정도다. 수집형 RPG를 한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어느 하나 메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정도의 컨텐츠임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정기 이벤트는 당연하게도, 육성이 많이 되지 않은 유저도 스토리를 보는 데 별 무리가 없다.

 

'성장'할 건 엄청나게 만들어 놨는데, 정작 목표점이 되는 컨텐츠를 깨는 데에는 '성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래서 관성적으로 플레이는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더 플레이 해야 할 동기는 잘 느끼지 못하겠다.

극단적으로 이 게임에 대한 만족도는 돈을 질러서 하나, 무과금으로 스토리 추가될 때마다 찍먹하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무는 예쁜데 숲은 별로야

<가디언 테일즈>는 로스트아크, 듀랑고와 겹쳐 보인다. 만렙 전 컨텐츠를 진행할 때는 갓겜이었지만, 엔드 컨텐츠의 부실함이 아쉬웠던 게임들 말이다. 스테이지 컨텐츠의 완성도는 높지만, 메타 플레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게임이라, 나무는 예쁜데 숲이 별로인 게임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게임은 준비된 컨텐츠가 플레이어의 '성장 욕구'와 '성장 체감'을 고려하지 않은 채 풀렸다. 또, 엔드 컨텐츠로 준비된 PVP는 무너진 밸런스, 또 전략적 선택없는 전투력 파워 게임 위주로 돌아가게 되어, PVE와의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PVE에서 여러 파티를 육성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으니, 비동기 PVP에서의 카운터 파티를 꾸리는 노력이 많이 들고, 재미가 없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리라.

 

희망적인 부분이라면,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플레이에 있어 특유의 인스턴트함, 캐주얼함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고, 즉시 즐길 만한 시나리오가 계속 있으면서, 육성은 조금씩, 자주 접속하는 것을 요하되 직접 플레이는 생략되어 있다. 쉽게 재미를 '찍먹'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이 게임은 성장 동기가 소진되더라도 유저들의 핸드폰에서 삭제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그 기간을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성공한다면, 정말 갓겜이 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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