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생각] "수요는 있을 것 같은데 난 안 할 것 같아"라니, 도대체 무슨 개떡같은 말이야.

[기록] Game Design

by brightwing1218 2020. 4. 5. 23:11

본문

■ "수요는 있을 것 같은데 난 안 할 것 같아"라니, 도대체 무슨 개떡같은 말이야.

한 친구에게 미소녀 모바일 게임 추천과 함께 평가를 부탁했더니 꽤 흥미로운 말이 돌아왔다.
프린세스커넥트, 소녀전선, 붕괴 등등 관련 게임을 즐기면서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수요는 있을 것 같은데 난 안 할 것 같다라니. 이렇게 딱 잘라 선을 긋는 이유가 몹시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소개해 준 게임의 일러스트, 보이스, 핵심 메커니즘, 컨텐츠 구성 등에 대한 감상을 소상히 캐물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아.”라는 애매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게임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에 대해 괜찮다는 평가를 내려도 딱 잘라서 "안 한다"라고 한다면, 이 친구가 게임을 선택하고 플레이하게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

 

그래서 질문을 바꿔, 지금 열심히 하는 게임들은 왜 시작했고 플레이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단순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너네가 하길래 시작했지. 그리고 가챠 뽑는 맛에 해. 사실 컨텐츠가 재미있는지는 모르겠고, 스토리도 안 보는데 아무튼 하고 있어.”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부터 지속된 단톡방에서, 우리는 같이 즐기고 있는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누군가가 어떤 게임을 혼자 재미있게, 열심히 하고 있으면, 이 친구를 포함한 몇몇은 그 게임을 쉽게 따라 시작했고, 함께 플레이하기를 즐겼었다. 요컨대, 이 친구는 이전의 포스팅[각주:1]에서 다뤘던 것처럼, 플레이어들은 친밀한 상대의 추천에 꽤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의 산 증인이었다.

 

"아! 너도 그거 하는구나!"는 주요한 플레이 동기. 그래서 게임은 패션이다. 

이 일화를 친하게 지내는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말하고 논의해 본 결과, 이를 게임은 패션이다.”라는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 말인 즉, 게임이 어떤 그룹 내에서의 말 할 거리가 된다면 성취의 자랑, 공통 관심사의 확보 및 성취를 자랑할 수 있게 되면서, 게임 내의 이벤트, 인터랙션이 이전보다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PVP 게임의 경우, 많은 유저에 비한 내 실력의 비교가 말할 거리의 핵심이기 때문에, 소수의 대세 게임에 유저들이 응집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수집형 가챠 게임의 커뮤니티에는 최강 캐릭터를 먹은 것에 대한 자랑글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온다.

가챠 게임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근근(자랑)" 글이 올라온다.

그렇기에, 말할 거리로써 성립하는 게임은 확산되기 쉽고,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게임이라도 확산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좋은 인사이트와 함께, 나는 한 번 접었던 프린세스커넥트를 핸드폰에 다시 설치해버렸다.
이 그룹에서 프리코네로 막 떠드는게 그렇게 즐거워 보이더라.

 

결국 '어떤 것으로 떠들게 할 것인가'가 게임 디자인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며칠 간, 나는 위의 두 에피소드를 통한 인사이트를 게임개발의 영역으로 확장해서 생각해보았다.

게임 개발에서, 어디에 가장 힘을 쏟아야 할 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무엇에 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떠들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예시를 들어 보자면,

무슨 빌드가 강한가?는 매 시즌마다 거의 유일한 이야깃거리다. 

POE는 스킬 트리에 대한 조합과 연구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드는 주제이기에 

다양하고 흥미로운 스킬의 조합을 만드는 데 개발 자원을 할애해야 한다. 

즉, 아트 리소스를 만들 때 상대적으로 캐릭터 모델링에는 덜 신경 써도 되지만
스킬의 흥미로움에 영향을 주는 스킬 이펙트는 화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기 외형의 캐릭터가 약하면, 다른 복장의 강력한 한정 캐릭터를 출시하는 것이 사이 게임즈의 방식이다 ㅠㅠ

코레류 미소녀 게임은 플레이어들 간에 특정 캐릭터가 왜 모에한지 느끼고 지지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성우와 일러스트,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시나리오에 치중해야 한다.

보통 가장 강한 녀석이 예쁜 외형을 가진 법이지만, 성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기 캐릭터가 으레 생기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들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인터랙션포인트에 무슨 아이템을 쓰느냐에 따라, 이야기 분기가 다르다. TRPG 느낌의 게임이었다.

Ruina 폐도의 이야기,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역전재판, 언더테일 등의 내러티브 위주 어드벤처 게임은 플레이어의 아이템, 스킬 사용, 선택에 따라 전개되는 멋진, 아름다운, 감동적인, 슬픈 이야기 분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플레이어들이 떠들게 된다...적어도 나와 친구들은 그랬다. 그렇기에 스토리와 연출, 분기 구성에 자신이 없다면 시도하지 말아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이 행동을 하면, 추리에 필요한 힌트를 준다. 스토리는 모르겠고, 느낌있는 이 행동만이 기억에 남았다.

반면, 이러한 장르에서, 진구지사부로에서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라던가, 역전재판의 이의 있소등의 밈(Meme) 성격을 지닌 흥미로운 선택 캐치 프레이즈는 밈(Meme)화되었을 뿐, 실제 플레이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생각과 기조를 라이브서비스에 대입한다면, 팬층이 얇고, 기존 유저가 게임에 불만족하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신규 유저 유입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기존 유저의 피드백에 기반한 게임의 개선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커뮤니티 반응이 부정적이라는 말은, 게임에서 눈에 띄는 부분들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니까,
마케팅과 이벤트를 통해 신규 유저를 유치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 마치며

플레이어가 게임 내의 어떤 것에 대해 자신의 노하우나 지식을 구축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말하면서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그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게임은 패션이 될 수 있게 디자인되어야 하고, 그렇게 디자인 된 게임이 사람들에게 잘 수용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