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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이크는 싫어하지만, <Hades>는 좋았어.

[기록] Game Design

by brightwing1218 2021. 6. 1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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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크리틱 92점.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Hades>처럼 만들어준다면, 나도 로그라이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로그라이크(Roguelike),
영원한 죽음(permadeath) 규칙을 베이스로 해서 매 번 구성이 바뀌는 스테이지에서의 파밍과 전투를 즐기는 장르.

어떤 이는 영원한 죽음에 거부감을 가지고, 또 어떤 이는 엇비슷하게 반복되는 스테이지에 피로를 호소하겠지만, 
이 장르는 2021년 현재 아주 잘 팔리고 있다.
많은 게임이 로그라이크적 요소를 포함한 채 출시되며, 그런 게임들 중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타이틀 또한 적지 않다.
그 누구도 로그라이크 장르가 메인스트림의 자리를 꿰찼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로그라이크 장르, 요소는 이제 게임 내에서 기대받는 역할과 그 형태가 이미 정립되어 있다.
메인스트림화가 불러오는 필연적인 현상이랄까, 아무래도 좀 천편일률적이게 됐다.

그리고 잘 변하질 않으니, 한계점이 개선될 거라는 기대도 좀 안 하게 되었고.
그래서 필자는 로그라이크 요소가 포함된 게임을 피해 왔다.
한 때는 즐겁게 했었지만, 그 놈이 그 놈이고 그 나물에 그 밥이랄까.

그래서 내가 <Hades>를 사게 된 건, 로그라이크에 대한 거부감이 희미해질 만큼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고,

1~2주 정도 플레이를 하고 나선, 이 게임은 내가 생각하던 로그라이크의 부정적인 경험을 잘 보완했음을 깨닫게 됐다.

이 글에서는, 내가 로그라이크의 어떤 부분을 안 좋아했는지와 함께,
<Hades>가 이를 어떻게 해소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풀어 써 보려고 한다.

 

Hades, 스토리가 게임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다.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은 대부분 '이 게임을 왜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동기부여가 빈약하다.
게임 플레이의 핵심 경험이 '변화하는 스테이지에서의 생존을 위한 유동적인 빌드 세팅 및 캐릭터 조작'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핵심 경험이 아무리 즐겁다고 해도 플레이 동기를 확보해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경험 자체가 정말 재미있어보이더라도, 굳이 내 시간과 돈을 써서 저 게임을 할 목적과는 구별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우리는 어떤 게임을 할 때 아무리 재미있는 컨텐츠라도 보상이 후지면 잘 안 한다. 
매력적인 보상이 따라올 때 우리는 어떤 컨텐츠에 '입장'하게 되는 것이고, 
입장한 후에야 핵심 경험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몰입하게 된다.

문제는 로그라이크 장르에서 '죽으면 무엇이 남느냐'는 것이다.
'영원한 죽음'이라는 요소는, 결국 '어떤 보상을 얻고 싶다'는 강력한 동기마저 사용하기 힘들게 하며,
로그라이크 장르는 대개 싱글 플레이 게임이기에 티어나 시즌 보상을 매력적으로 포지셔닝하기도 힘들다.
'매력적인 보상을 얻기 위한 그라인딩'은 일반적인 형태의 로그라이크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Hades는 여기에, '스토리'라는 고전적이고도 잘 먹히는 축을 도입했다.
마주치는 NPC들이 매 번(!) 다른 대사를 시의적절하고 위트 있게 사용할 뿐 아니라, 죽을 때마다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떡밥이 풀리는 시점에, 다시 한 번 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마치 셰헤라자데의 천일야화를 연상케 한다.

                         영혼이 지옥에 속한 자그레우스는 페르세포네가 중요한 말을 하려 할 때마다 자꾸 지옥으로 끌려 내려간다.                          그 다음 말이 너무 궁금해서, 나는 한 번 더 지옥을 탈출하기로 한다.


Hades에서의 죽음은 단지 매 플레이 시의 긴장감을 더하는 장치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플레이의 소소한, 때로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는 것이다.

 

Hades, 짧은 스테이지를 여러 번 반복하는 구조로 죽음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다.

내가 본 로그라이크 게임들의 흔한 문법 중 하나는 '죽음 뒤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게임 볼륨의 확보를 위해 스테이지를 죽 높게 쌓아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내가 더 많이 진행한 만큼, 죽었을 때 진행도를 처음부터 쌓아올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동반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 부담감의 원인은, 그저 '다음 컨텐츠를 보기 위한 지점'에 서기 위해 이전 했던 행동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껌을 받기 위해 몇 시간이고 단물 다 빠진 껌을 씹어야 하는 느낌이랄까.

처음 보는 보스, 스테이지에서는 패턴 숙지가 안 돼서 당연히 급사할 확률이 높은데,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이런 구조는 점점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위에서 다뤘듯 Hades는 죽음을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수단으로써 적극적으로 게임의 일부로 편입시켰고,
그 와중에 죽음에 대한 부담을 최소한으로 경감시켰다.
보스가 4개에 불과해, '어라 이게 끝이야?'라고 할 만큼 스테이지 볼륨이 적은 데다, 
각 스테이지에서 쫄몹에게서 나온 패턴들을 조합한 것으로 보스 패턴을 만들어서 보스 디자인도 당황스럽지 않다.
패턴 숙지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보스에 당황하다 죽는 일은 거의 없으며, 
죽더라도 진행도 상실의 부담감이 과하지 않다.

 

마치며

Hades는 로그라이크에서 긴장감을 주는 요소 정도로만 사용되었던 '죽음'이라는 요소를
게임 플레이 상에 유의미하게 엮어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장치들로 인해, 플레이어는 죽음 이후 플레이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력하게 받게 되는데,
아직 풀리지 않은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이 플레이어를 반복 플레이로 이끌고,
죽음에 대한 낮은 페널티가 유저의 등을 떠밀어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로그라이크 게임에 정을 잘 붙이지 못하던 나조차 몰입해서 플레이 할 수 있었겠지.

 

그 외

■ 스킬 및 아이템에 대한 단상

핵 앤 슬래시 느낌 잔뜩 나는, 각 스테이지 별 능력 빌드나 개성 있는 무기가 많이 있다.
핵 앤 슬래시는 역시 단일 스킬 사용 위주의 DPS 최적화가 핵심이라고 보고 즐기는 편인데, 재밌게 잘 되어 있음.
스테이지가 적어서 선택지가 풍부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좀 더 플레이하다가 인상적인 부분이 더 있으면 길게 적어 봐야지.

 

■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영웅서기 제로가 생각난다. 데드 엔딩 기반의 스토리 루프, 다양한 무기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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