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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HP, 혹시 포아너 같은 걸 기대하셨나요?

[기록] Game Design

by brightwing1218 2021. 8. 1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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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포아너>, <시벌리>와 닮았다고? 비교 분석 못 참지

얼마 전, <프로젝트 HP>의 Pre-Alpha 테스트가 있었고, 테스터로 선정되어 지난 주말, 10시간쯤 플레이 해볼 수 있었다.

무척이나 해 보고 싶었던 게임이라, 침대에 자꾸만 쓰러지는 슬픈 볼링핀같은 몸뚱아리를 어떻게든 일으켜서 플레이했다.

 

내가 이 게임에 이렇게 기대감을 가졌던 이유는, 최근 <시벌리 2>를 열심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관련 언론, 커뮤니티에서 <프로젝트 HP>는 <포아너>, <시벌리>를 닮은 게임이라고 광고해대고 있었고, 실제로 게임 컨셉이나 트레일러도 그러했기 때문에, 이 게임을 안 하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즐거울 것 같다'는 이유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이 게임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갔다.

이 게임과 비교되고 있는 <포아너>, <시벌리>, <모드하우> 모두 특색은 있지만, 동접자가 10000 이하로 떨어지는 추이는 매우 가팔랐던 게임들이다. 유저 풀이 쉽게 쪼그라드는 마이너한 게임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개발자 분들이 이러한 단점에 어떻게 대응하고자 했는지, 그 기초 설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최근 열심히 플레이 중인 <시벌리 2>와 비교하여,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이 차이점이 어떤 플레이의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를 중심으로 리뷰해보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결론적으로 잘 팔릴 것 같은가?에 대한 작두질로 마무리하겠다.

 

차이점 1. 간소화된 공방 규칙

프로젝트 HP의 공방은 단순하다. 공격해서 적의 HP를 0으로 만들면 적을 죽일 수 있고, 적의 스태미나를 0으로 만들 경우 아무 행동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쉽게 죽일 수 있다. 모든 공격/방어 행동에는 스태미나가 소모되기에 이를 적절히 안배하여 행동해야 한다.

 

아마 모두에게 익숙한 규칙일 것이다. 스태미나를 채용한 많은 액션 게임의 공방이 이러한 규칙을 골자로 한다. 다른 게임들은 여기에 다양한 기술들을 추가해서 소드파이팅을 완성한다.  <시벌리 2>의 경우, 저스트 가드를 통한 스태미너 소모 무시, 휠 회전을 통한 엑셀과 드래깅, 가드 방향을 구현해서 공격 방향에 따라 다른 방향을 막게 만들기, 횡 대시를 통해 적의 등 뒤 잡기, 차징 공격을 통해 가드 타이밍 비틀기 등 심리전을 걸 수 있는 다양한 규칙들이 추가되어 있다.

 

<프로젝트 HP>에서는 이러한 부가적인 컨트롤 요소를 확 걷어낸 느낌이 강하다. 엑셀과 드래깅보다는 이펙트가 출력될 때 막으면 막아짐이라던가, 공격 방향은 앞/뒤 정도만 잘 막으면 어디로 칼이 날아오는지는 판단할 필요 없음이라던가. 확실히 섬세한 조작을 요하지는 않는다. 

 

차이점 2. 다대일 교전을 위한 보조 규칙이 없어 개인 퍼포먼스의 한계가 뚜렷

위에서 설명한 공방 규칙은 어디까지나 1:1 상황에서 워킹하는 규칙이다. 2:1로 싸운다고 생각해보라. 저런 규칙이 먹히겠는가? 다대일에서도 유저가 어느 정도 손을 쓸 수 있는 여지를 만들려면, 이런 상황을 상정한 보조 룰이 붙어 있어야 한다.

 

<시벌리 2>에서는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변수로 작동할 수 있는 보조 룰들이 있어, '무쌍'이 어느 정도 허용되었다. 공격이 1명 이상에게 명중하면, 후딜을 캔슬하고 연격을 날릴 수 있는 콤보 시스템이라던지, 적에게서 빠르게 몸을 뺄 수 있는 횡, 백 대시 같은 것 말이다. (<LOL>에서의 소환사 스펠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런 조작에는 스태미나의 큰 소모가 대가로 따라오지만,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행동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플레이어가 느끼는 바가 크게 다르다.

 

한편, <프로젝트 HP>에서는 이러한 조작 자체가 없다. 내가 저지른 범실은 착실하게 후딜로 돌아오고, 이는 죽음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 소수의 정예가 다수를 상대하기도 매우 어렵다. 공격적인 플레이와 이로 인해 발생한 리스크를 만회하는 루프 자체가 작동하기 힘들어서, 소위 '여포' 플레이를 하기가 힘든 것이다.

 

차이점 3. 협동을 전제한, 포지션 분화가 뚜렷한 캐릭터 디자인

그렇다고 <프로젝트 HP>가 베이직한 공방으로만 이루어진 게임은 아니다. '가드 브레이크', '차징' 등의 규칙도 존재하는데 있는데, 이게 영웅 별 시그니처 조작으로 구현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그니처 조작과 공격력, 공속 등 패러미터 밸런싱으로 '병과 별 강약, 포지션'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력한 한 방 차지 공격이 특기인 '오해머'는 선딜이 길어, 1:1로는 전천후 딜러인 '블레이드'에게 두드려 맞기만 한다. 하지만 다대일 상황에서 오해머의 차지가 끝났을 때는, 블레이드가 함부로 접근하면 공격 한 방에 죽어버릴 수도 있다.

 

플레이를 하면서 느낀 각 캐릭터들의 포지션은 다음과 같다.

  • 가디언: 지속 가드를 이용한 전선 유지하는 탱커
  • 오해머: 전선 뒤에서 안전하게 차징하고, 순간 폭딜하는 누커
  • 스파이크: 긴 사거리, 가드 불가 차징 공격으로 상대 전열을 붕괴시키는 안티탱커
  • 아치: 활을 이용한 원거리딜러
  • 스모크: 아군 회복이 가능한 힐러
  • 블레이드: 1:1 교전 최강자. 난전부터 암살까지 수행하는 전천후 딜러.

개인 간 소드파이팅이 완성된 형태로 멀티플레이가 만들어졌다기보다, 다인 간 협동 전투를 전제로 일부 공방 규칙이 더해져서 개발되었다는 느낌이라, 각 전투에서 상대 캐릭터 구성의 파악 및 진형 붕괴가 한타를 이기는 데 중요하다.

 

차이점 4. 분대 단위 협동을 요하는 시스템과 맵

<프로젝트 HP>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에 하나는 분대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일 것이다. 4명씩 1분대가 되며, 팀은 4분대로 이루어진다. 분대끼리 뭉쳐다니면 점수도 많이 주고, 배그 스쿼드처럼 죽은 분대원을 살리는 것도 가능하기에 뭉쳐다니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그리고 프리알파에서 공개된 맵 2종은 공격로가 3~4개로, 각 1분대씩, 넓은 공격로는 2분대씩 가게 디자인되어 있다. 또 각 공격로 및 전장은 매우 좁아서, 절대 8인, 많게는 10인 이상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니며, 맵 중 하나인 모샤발크의 주 전장인 B 거점은, 겨우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외나무다리, 계단으로 이루어진 4개의 공격로가 존재한다.

 

이 정도면, 분대 단위로 싸우라는 의미 맞죠.

 

마무리. 프로젝트 HP는 시버리도 포아너도 아니다.

간소화되고, 개인의 캐리력에 제한을 거는 공방 규칙, 개성과 장단이 명확한 캐릭터들, 분대 별 협력을 요하는 시스템과 맵. 이 모든 차이점들을 모아 보면, <프로젝트 HP>는 <시버리>도, <포아너>도 아니다. 개인 수준의 미시적인 공방보다, 거시적인 팀 파이트를 잘 수행하는 것에 비중을 둔 게임이기 때문이다. (조합 카운터, 리스폰 타이밍 맞추기 등)

 

그렇기에, 오히려 <오버워치> 쪽이 <프로젝트 HP>와 비교하기에 더 적절해보인다.

아마 이런 식으로의 개발 방향은, 유사 컨셉 게임들이 개인 컨트롤, 피지컬 요소로 인해 격겜처럼 유저풀이 빠르게 고여버리는 현상을 경계한 탓이 아닐까. 그래서 저런 게임들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전략, 전술적인 면모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 까하고 가볍게 추측해본다.

 

사족. 이 게임, 잘 팔릴까?

분대 간 연계 및 단합을 통한 팀파이트 요소가 빠르게 부각될 수 있으면 잘 팔릴 것 같다. 

 

하지만 프리 알파 기간에서는, 분대 간의 연계가 잘 드러나지 않고 개싸움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어, 다대일로 손도 못 써보고 죽는 경험이 반복되었다. 액션이 답답했다는 반응들이 좀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액션 템포가 느려서가 아닌, 대처 불가능한 상황이 나온 것에 대한 박탈감이다. 개싸움이 심해질수록 그냥 '물리면 키보드에서 손 떼야 하는' 그런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현재 프리알파 버전은, "액션은 간소화했는데 분대 내, 분대 간 전략, 전술은 그닥"인 상황이며, 정제된 전투가 아니라 개싸움이 이루어지는게 문제인 상황이다. 아마 런칭 전까지 이를 잘 폴리싱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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